식지 않은 바다는 아직
뜨겁다
무더운 여름에 한나절 만오천보를 걸은
탓인지
숨에 닿을 열기를 그대로 베개 밑에 남긴
탓인지
걸음걸이가 유독 빨랐던 친구는 한나절 있다 떠나고 남은, 식지 않은 마음은 바다에서 아직
뜨겁다
새벽 네시 반*
잠을 뒤척이던 열 발가락이 감히 일어나
*새벽 네시 반 ( 이건 다음날 새벽이라거나 흔히는 또는 전날 밤이라고도 부르는 연장선의 중앙에 있는 시간이다. )
냉동실에서 누구보다 단단해진 빵을 깨우면
다음날 아침 일곱시면 나는
실온에서 적당히 녹은
하지만 식지 않은 사랑 입장에서는 식어버린, 감히 식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는
열 발가락이 부지런히 가져온 식어버린 빵을
그렇게 식지 않은 바다에서 기어이 나는
그렇게 식지 않은 마음을 식어버린 빵으로 식히고
아침 일곱시**
아니지 나는 그저 식어버린 빵으로 하루를 시작할 뿐
**아침 일곱시 ( 이건 전날의 연장선에 있는 새벽을 떠나 보낸 뒤, 비로소 다음날이라 부를 수 있는 다음날의 시작이다. )
여전히 그대로인 뜨거운 마음을 붙잡고, 식지 않은 바다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뿐, 단지 그 뿐이지
식지 않은 바다는 여전히 친구를 부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