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시작되었다.]
어깨는 "펴는" 거고, 마음은 "여는" 거야.
앞으로 호흡을 크게 가다듬을 일이 있으면 어깨를 활짝 펴고, 마음을 활짝 열도록 하렴.
어깨를 움추리면 마음도 움추린 만큼 닫히고,
반대로 마음을 조금씩 열면 어깨도 그만큼 펴진단다.
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요,
어깨를 열고, 마음을 피면 안되나요?
마음을 활짝 피면 어깨도 또 활짝 열릴 것 같은데요.
얘야 그건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단다.
너는 논의의 본질을 감추고자 내게 장난을 시도하는구나.
네 말대로 어깨를 펴는 것도, 어깨를 여는 것도, 마음을 여는 것도, 마음을 피는 것도 모두 다 가능해.
중요한 건, 네게 활짝 열어 활짝 피울 의지가 있느냐야.
어깨와 마음 모두 너의 신체와 정신이기에, 온전히 너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영역이란다.
그러므로 주변 환경을 이유로 너의 어깨와 마음이 닫혔다거나 굽혀졌다는 핑계를 하는 것은, 주변 환경을 이유로 너의 의지가 사라졌다는 항변에 지나지 않아.
선생님, 그런데 제 의지가요. 제 의지는 제가 온전히 좌우할 수 있는 게 맞나요? 후자의 항변이 거짓인 명제라 단정할 수 있는지 해서요.
오 그건 말이다. 그건 말장난이 아니구나. 너가 서서히 논의의 본질로 오고 있구나.
네 의지 자체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 그건 가능하지. 어찌 보면 지금 이 순간도 내가 너의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주변 환경이 되고자 하는 것이고, 어찌보면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의지를 일으켜 세운 것은 나의 주변 환경에 포함되어 있는 너의 존재일 수 있겠다.
내가 너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주변 환경으로 인하여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여부는 정말로, 온전히 고유한 나의 "의지", 내가 그러한 외부 요소의 자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 이를 적용하고 활용함으로써 다시 외부에 반응 내지 표출할지 여부는 정말로 내가 나의 의지로 결정하는 문제라는 거란다.
이건 "자세"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보다 넓은 차원에서는 삶의 자세.
선생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선생님의 의지가 제게 영향을 주어 제 어깨와 마음을 피고, 또 그래서 제가 이렇게 적극적인 자세로 선생님께 질문을 하는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러면 결국 자세란 것이 말이에요, 선생님.
자세가 결국은 어깨를 핀 자세 또는 굽은 자세. 또는 어깨를 연 자세나 닫은 자세로 나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되면 주변 환경이라는 것이 말이에요.
제 자세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결정하면서, 반대로 주변 환경이 제 자세를 결정하는 게 되는 것 아닌가요? 이건 꼬리물기의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의지"와 "자세"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할텐데요.
정리하자면 제 "의지"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고, 다시 그렇게 영향을 받은 방식이 저의 "자세"를 좌우하는 것 아닌가요.
네 말에 따르면 결국 너의 "의지"가 "자세"를 결정하는 것이 되겠구나.
즉, flx)=y 함수에서 의지가 x, 자세가 y ,f()는 주변 환경이 되겠다.
놀랍게도 성장하고 있는 너의 말이 맞는 것 같구나.
나의 "의지"가 나의 "자세"를 결정한다.
그건 주변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로써 구체적으로 결정되며,
이때 나의 자세 중 특히 어깨의 "펼침" 내지 "열림"이 마음의 각도, 마음의 펼침 내지 열림의 각도를 외부에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된다.
너도 나도, 오늘의 대화를 잘 소화하고 받아들여 내일을 더욱 기쁘게 맞이하자꾸나.
네, 선생님. 저도 오늘 대화 참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의지가 결국 마음과 동의어여서(의지=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 제 의지가 결정한 어깨의 각도가 제 마음의 각도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결국 어깨=자세, 마음=의지인 것이니까요.
의지(마음) --결정--> 어깨(자세)
어깨(자세) --표상--> 의지(마음)
한편 함수로 말씀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과연 y를 결정짓는 요소가 x인지 f() 함수인지는 좀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기는 합니다. 이건 f() 함수의 구체적인 모습에 따라 다를텐데, 선생님의 견해에 따른다면 사실상 함수의 모습이 y=ax+b (a는 1에 가까운 수, b의 절대값은 x에 비해 턱없이 작은 값) 정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수업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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