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9. (2021. 7. 24. 효력 발생)
7월 24일 토요일에는 난생 처음으로 000이 총 7개인 자동차 계약서에 도장을 찍느라 (살 떨려!) 일기를 못 썼다. 휴가 첫 날 쓰는 요 일기에 소급효를 부여하겠다.
어떤 일의 대가(大家: 특정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 전문가)가 되는 것은 과연 행복할 일일까? 대가가 되는 것은 행복한 길이라기보다는 숙명인 것 같다. 사람마다 대가가 되는 일을 하나씩 타고난다고 가정한다면, 그렇게 대가가 되는 숙명을 타고난 일이 아닌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일 수 있다. 대가가 되는 숙명을 타고난 일을 어쩌다 진짜 직업으로 삼아버리게 되면 그건 일종의 덫에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 셰프의 테이블 1부 2화는 주인공 ‘댄 바버’가 이렇게 말하면서 시작된다.
“좋은 요리를 한다는 건 육체적인 일입니다. 조절이 필요하죠. 이런 일에 필요한 노력과 긴 근무 시간, 피로를 고려하면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짜릿한 일이죠.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게 과연 행복한 삶일까요?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궁금해요.”
(원문 듣느라 땀 뻘뻘) “I believe strongly that a good cooking is physical. It demands a kind of conditioning. Because of the drudgery and the hours and the exhaustions that this kind of work demands, It does attracts people who are attracted to a certain kind of abuse. It is exhilarating and it challenges that sort of how much that can you stand. And is that the way you live a happy life? I don’t happy answer to that. I wonder.”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서 주인공 둬얼은 조그만 카페를 하나 차려 여동생 창얼과 함께 운영한다. 원래부터 베이킹에 소질이 있었던 둬얼은 원래 혼자 개업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창얼을 백수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아서 함께 운영하게 된 것이다. 둬얼은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고 케이크와 쿠키를 굽는 한편, 어려서부터 엄마가 고등학교 대신 세계여행을 보낸 창얼은 자연스럽게 영업을 담당한다. 영업 전략은 일종의 물물교환인데, 세계여행을 한 탓에 모인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을 카페에 전시하여 카페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물물교환의 방식으로만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덕분에 카페는 장사가 매우 잘 되었는데, 문득 중간에 이런 나레이션이 나온다.
“카페 손님은 확실히 늘었어요. 그럼 둬얼의 소망이 이뤄진 것 아닌가요? 왜 둬얼은 아직도 화가 나는 걸까요? 재주 때문이에요. 누구나 자기 재주를 소중이 여기니까요. 둬얼은 자기 재주가 조연이 되는 게 싫었어요. 전등을 교환하는 일에 밀리는 게 싫었죠(→앞서 신기한 태국 레시피북과 전등을 교환하는 일을 서로 물물교환하는 장면이 나옴)”
둬얼은 항상 대가가 되고 싶어했지만, 창얼이 있기 때문에 좀더 행복할 수 있었고, 어쩌면 초코 에클레어의 대가가 되는 것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손님이 적당히 있는 재미있는 카페 사장이 되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았을 수 있다.
어린아이의 특징에는 일단 천진난만함과 순수(순진)함이 있지만, 그 외에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세상 만사를 잘 모른다는 점도 있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릴 경우 이런 특징들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들로 받아들여지겠지만, 나이가 많은 경우에도 보여진다면 그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모르는 것이 많은 어리석은(생각이 짧은)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어린아이에서 성인이 되는 과도기 단계에 놓인 청년들은 잘 모르지만 서도 일단 아는 척을 하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자신도 방금 누군가에게 전해 들어 알았으면서도 입을 싹 닫고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처럼(‘잘 아시다시피’라는 말을 사용하는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다시 전달하고는 하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못한 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다(다자간 대화 과정에서 ‘B’라는 사실이 이미 공개되었음에도 굳이 첨언하여 ‘저도 원래는 잘 몰랐지만 A로부터 전해 들었는데 이건 B 아닌가요’라는 식으로).
여기서 한 단계 점프해서 진짜 ‘어른’이 되고 나면 무조건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소통을 하게 되는데, 만약 상대방이 잘 모를 것으로 예상되면 생소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뉘앙스로, 상대방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분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이미 누구에게나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는 뉘앙스로 전달을 하는 것이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입장에서, 나에게 대가는 넘사벽이고 우선 어른이 되고 싶은데, 그 중에서도 그것이 어떠한 의미이든 ‘행복한 환경’을 갖추고 부단히 마련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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